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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맨
한숨의 깊이 쉽지 않다, 살아가는 것. 원하지 않는 것들과 이별하는 것. 무언가를 넘치게 줘서 후회하는 것보다 더 주지 못해서 나오는 한숨이 훨씬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관계는 신기하게 늘 끝나서 만회할 수도 없게 더 어려워지지. 예전부터 쉽지 않다고 느꼈던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말이야.
사랑할 때의 최선 나는 늘 사랑할 때 갑이 되려고 노력한다. 내가 상대를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 갑에 되겠다 하는 거다. 내가 더 많이 사랑을 하는 쪽이 되도록,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상대를 더 많이 좋아하겠다는 말이다. 사랑함에 있어서 갑이 된다면 후회와 미련은 흐릿하게 온다. 예전의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면 후회와 미련은 절대적으로 없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주 흐릿해지기만 할 뿐. 아예 사라지는 것은 없다. 더 많이 사랑해도 후회되는 것은 항상 있을 것이다.
종이 새하얀 종이보다는 한 번 쓴 종이를 녹여서 다시 만든 재생지가 좋다.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새로운 것보다는 조금은 때묻은 것들이 좋다. 당신의 처음이 내가 아니라고 해도 닳아버린 것들을 걱정한다 해도 닳아진 당신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어서 좋다.
회피하지 마라, 그대 피하지 마라, 그래 사람이 가장 무섭긴 해도 가장 다정하기도 하다. 상처가 자꾸만 앞을 가리는가. 자꾸 남들의 향을 맡고 겁을 내는가. 눈을 뜨지도 못하고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주눅 드는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원하고 있지는 않는가. 저 먼 세계에서 걸어 다닐 생각을 하느라 그대가 지금 밟고 서 있는 이 땅을 소홀히 여기지는 않는가. 사랑을 회피하지 마라. 사람에게서 떠나가려고 하지 마라. 당신에게 다가오는 설렘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면서 과연 먼 미래에 누군가를 품을 수 있을까.
비포장도로 내 삶이 삐걱거릴 때 너는 내게로 왔다.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면 느껴지는 충격들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격하게 여행하다 마음 한구석을 잃어버려 좌절하고 있을 때 너는 내 앞으로 왔다. 어색한 공기만 가득 차 있던 그 공간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벽이었던 내 마을을 크게 열고는 웃어주었다. 너라면, 너라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상상해도, 나락에 떨져도 좋겠다 싶었다. 영영 깊은 곳으로 추락하고 싶었다.
세상 생각하는 게 예쁜 사람이기를 바란다. 길어야 몇 계절인 겉모습을 꾸미기보다는 네가 가진 마음에 더 신경 쓰기를 바란다. 나는 이미 그렇게 서 있다. 네게 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네 옆에 여전히 서 있다. 그러니 너도 내 옆으로 와라.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마음을 들고서 너를 맞이할 세상을 꾸며놓을 테니.
허무함 상대의 가벼운 속마음도 모른 채 사람에게 깊게 기울이고 몇달, 아니 몇 년 사랑하다 보면 그때 깨닫게 되는 거지.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봤자 돌아오는 건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허무함이라는 걸.
아픈 기억 잊지 못한겠다면 기억해요. 며칠을 시달렸던 그 상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신이 왜 괴로웠는지. 당신이 누구 때문에 찢어질 듯이 아프고 엉엉 울었던 건지. 잊을 수 없다면 기억해요, 그 상처. 다시 그 속에 빠지고 싶지 않다면.
괜찮다 당신이 힘들었던 것을 안다. 돌고 돌아 내 앞에 도착하기 전까지 무수히 걸었던 발걸음들을 안다. 나는 옆에서 걸어주면 그만이지만 당신은 견뎌야 할 게 많다. 우리에게 세상은 정 없이 잔인하지만 당신은 은근히 여리다는 것을 안다. 언제나 당신 옆에는 내가 있다. 당신이 곧 쓰러질 나무라고 해도 다 괜찮다. 내가 땅이 될 테니 서로의 삶을 부등켜안고 살면 된다.
정의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몇 가지 정의. 첫 번째, 사랑은 나의 일상에 누군가를 보태는 일이다. 사랑을 하기 전에는 나의 일상에만 집중했다면 사랑을 시작한 뒤에는 연인의 일상 또한 나의 삶에 스며든다. 그게 긍정적이 될지, 부정적이 될지는 모르는 거지만 어쨋든 나의 일상에 연인을 보태면 새로운 일상이 만들어지고 그 일상을 사랑하게 된다. 두 번째, 사랑은 무조건적으로 감싸주는 게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못을 했다면 그 부분은 고쳐가도록 도와주는 게 맞다. 세 번째, 믿음이 기반이 된 행위가 사랑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믿음이라는 가치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감정을 많이 소모하는 것이 바로 사랑인데, 만약 믿음이 없다면 관계가 얼마나 괴로울지 생각해보아라. 상상력은 사람을 황홀하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