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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맨
내 마음의 나이 바람이 차다. 숨을 깊게 들이면 코에서부터 가슴까지 냉한 기운이 감돈다. 기도(氣道)가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구나 하고 느껴지는 감각이 세삼스러우면서도 재미있어 몇 번 더 깊은 숨을 쉰다. 곧 기침을 한다. 살아오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맞이해야 할 때가 많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로 마음 앓던 날도 있었고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는 스스로를 무섭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의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나는 항상 왜 혼자일까 혼자 있는 습관이 생겼다. 혼자 있는 것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늘 혼자 있다 보니 밥을 먹어도, 어디에 가더라도 혼자 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혼자가 편해진 것이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꼭 함께하지 않더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밥을 먹고 카페에 가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분명 혼자 하는 것을 이해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혼자 결정할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결정하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다수의 사람 사이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거란 말이다. 그렇게 더 큰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자신의 삶은 스스로 살아가는 ..
비포장도로 내 삶이 삐걱거릴 때 너는 내게로 왔다.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면 느껴지는 충격들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격하게 여행하다 마음 한구석을 잃어버려 좌절하고 있을 때 너는 내 앞으로 왔다. 어색한 공기만 가득 차 있던 그 공간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벽이었던 내 마을을 크게 열고는 웃어주었다. 너라면, 너라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상상해도, 나락에 떨져도 좋겠다 싶었다. 영영 깊은 곳으로 추락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