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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맨
참 잘했어요 당신 참 잘하고 있어요.이제는 누군가에게 참 잘했다는 말 한마디 듣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어요. 어질 적 하루를 기록했던 일기장에 선생님들이 찍어주셨던 ' 참 잘했어요.' 도장 같은 거 말이에요. 오늘도 잘 자라고 있다고,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당신이 더 작아 보이는 거에요.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래요. 아는 것도 한 번 더 듣고 싶은 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젠 참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참 잘했다고 해줘야 할 나이가 된 거에요. 받은 사랑을 그대로 전해줄 때가 된 거죠.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 당신 나름대로 참 잘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조금 더..
당신이 되어보고 싶다 나는 당신이 되어보고 싶다. 나를 만나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내게 느낀 감정이 어땠을지 진심은 어디까지였는지 알고 싶다. 그러니 내가 당신이 되어야겠다. 그렇게 당신이 되어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랑할 땐 계절을 닮았다. 여름엔 살이 보이는 옷을 입는 게 당연한 것처럼 너와 내 관계가 뜨거워질 때는 서로 숨기려 하지 않고, 모든 것에 솔직했다. 가을이 찾아오고 공기가 차가워질 땐 살이 보이지 않는 옷을 입는 게 당연한 것처럼 너와 내 관계가 차가워질 때는 서로 조금씩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봄이 찾아오면 또다시 여름이 오겠지만 우리에게 봄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언젠가 모든 것이 꽁꽁 얼어 더는 숨길 것 없이 그대로 멈춘 채 죽어가겠지.
사랑할 때의 최선 나는 늘 사랑할 때 갑이 되려고 노력한다. 내가 상대를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 갑에 되겠다 하는 거다. 내가 더 많이 사랑을 하는 쪽이 되도록,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상대를 더 많이 좋아하겠다는 말이다. 사랑함에 있어서 갑이 된다면 후회와 미련은 흐릿하게 온다. 예전의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면 후회와 미련은 절대적으로 없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주 흐릿해지기만 할 뿐. 아예 사라지는 것은 없다. 더 많이 사랑해도 후회되는 것은 항상 있을 것이다.
회피하지 마라, 그대 피하지 마라, 그래 사람이 가장 무섭긴 해도 가장 다정하기도 하다. 상처가 자꾸만 앞을 가리는가. 자꾸 남들의 향을 맡고 겁을 내는가. 눈을 뜨지도 못하고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주눅 드는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원하고 있지는 않는가. 저 먼 세계에서 걸어 다닐 생각을 하느라 그대가 지금 밟고 서 있는 이 땅을 소홀히 여기지는 않는가. 사랑을 회피하지 마라. 사람에게서 떠나가려고 하지 마라. 당신에게 다가오는 설렘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면서 과연 먼 미래에 누군가를 품을 수 있을까.
비포장도로 내 삶이 삐걱거릴 때 너는 내게로 왔다.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면 느껴지는 충격들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격하게 여행하다 마음 한구석을 잃어버려 좌절하고 있을 때 너는 내 앞으로 왔다. 어색한 공기만 가득 차 있던 그 공간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벽이었던 내 마을을 크게 열고는 웃어주었다. 너라면, 너라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상상해도, 나락에 떨져도 좋겠다 싶었다. 영영 깊은 곳으로 추락하고 싶었다.
허무함 상대의 가벼운 속마음도 모른 채 사람에게 깊게 기울이고 몇달, 아니 몇 년 사랑하다 보면 그때 깨닫게 되는 거지.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봤자 돌아오는 건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허무함이라는 걸.
사람 사람은 믿지 않는 나지만 사랑은 항상 믿을 수 밖에 없이 다가오고 사랑에 깊게 믿음을 쏟았다가 사람을 믿지 않게 되겠지.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 않고 그냥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넘기는 여유를 배우면 좋았을 걸.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싫어하는 사람 또한 있겠구나하고 너무 깊이 아파하지 말걸.
애매하지 않게 애매하지 않게 대해줬으면 좋겠어. 너는 항상 곁에 아무도 없다고 하면서 자꾸 누군가를 두고, 입은 외롭다고 말하면서 정신은 다른 사람과 길을 걷고 있잖아. 나는 감정 회복이 늦어. 그래서 마음을 쏟은 뒤에는 한참을 슬퍼해야 해. 괜찮아질 방법은 너뿐인데 날 이렇게 만든 게 너라면 그때는 참 곤란해져. 감정을 쉽게 내뱉지 말아줘. 내가 아니라면 나에게 오지도 말아줘. 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야. 그릇도 작아서 많은 사람을 담지도 못해. 싱거운 사람이긴 해서 사랑을 건강하게 할 수는 있지만 네가 만약 간을 본다면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할 거야.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이라 선택지가 많겠지만 나는 너 하나라 상처가 커. 그러니 내가 아니라면 제발 너의 사람이 나인 척하지마. 내가 아무리 아파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