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맨
마음의 폐허 '연이의 발과 내 발을 맞대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에게 신발을 선물하지 않는다, 방에 들어갈 때 문지방을 밟지 않는다, 빈 가위질을 하지 않는다, 밤에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손톱 발톱은 낮에 깎는다, 사라의 이름을 붉은 글씨로 쓰지 않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미신 같은 말도 잘도 믿고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믿어야 할 사람에게는 의심을 품은 채 그 사람과 그의 말을 믿지 않을 때도 있었다. 어디 타인뿐이었던가. 삶의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조차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 때가 많았다. 믿으면 믿는 만큼 상처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여전히 나에게 '믿음'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 중에 가장 ..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꼭 나처럼 습관적으로 타인의 말을 기억해두는 버릇이 없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나 많은 말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검은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유서처럼 그 수 많은 유언들을 가득 담고 있을 당신의 마음을 생각하는 밤이다. 중에서...
바다의 말 바닷물이 발을 적실 만큼의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웃는 얼굴을 하면서 슬퍼하고 있었다. 넓은 바다가 나에게 말을 했다. "뭐가 그렇게 슬프니>" 나는 대답했다. "사람들은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것 같아요. 매번 진심을 꺼내기도 전에 나를 떠나고, 나는 그런 것이 두려워 진실도지 않은 나를 보여주려 해요. 참 답답하죠." 그러자 바다가 마치 정신을 차리라는 듯 나의 발을 한 번 더 적시며 말을 했다. "나도 그래. 사람들은 나의 겉부분에서만 머무르다가 떠나가고, 나의 깊은 속은 무섭다고 보지 않으려 해.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하면 될까? 나의 깊은 속은 아름답게 가꾸지 않아도 될까? 아니야. 나는 사람들이 나의 겉부분만 본다고 해도 마음을 가꾸는 것을 멈추지 않아. 나는 지금 많은 생명을 품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