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마음 (8)
르네상스맨
내 마음의 나이 바람이 차다. 숨을 깊게 들이면 코에서부터 가슴까지 냉한 기운이 감돈다. 기도(氣道)가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구나 하고 느껴지는 감각이 세삼스러우면서도 재미있어 몇 번 더 깊은 숨을 쉰다. 곧 기침을 한다. 살아오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맞이해야 할 때가 많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로 마음 앓던 날도 있었고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는 스스로를 무섭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의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잔향 누군가를 그리원한다는 거,그것 참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잠시 들어왔다 어느 순간 비어버린 자리를멍하니 바라봐야 한다는 것.그것도 혼자서묵묵히. 마음에 자리를 내어주고 남겨진 자리엔여전히 그의 잔향이 남아 있다. 이젠 어떤 잔향이 나의 오랜 향수가 되어줄까.
세상 생각하는 게 예쁜 사람이기를 바란다. 길어야 몇 계절인 겉모습을 꾸미기보다는 네가 가진 마음에 더 신경 쓰기를 바란다. 나는 이미 그렇게 서 있다. 네게 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네 옆에 여전히 서 있다. 그러니 너도 내 옆으로 와라.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마음을 들고서 너를 맞이할 세상을 꾸며놓을 테니.
허무함 상대의 가벼운 속마음도 모른 채 사람에게 깊게 기울이고 몇달, 아니 몇 년 사랑하다 보면 그때 깨닫게 되는 거지. 사람에게 진심을 다해봤자 돌아오는 건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허무함이라는 걸.
방향 마음이 얼마나 뜨거운지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사람이 나를 위해 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같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 내가 걷는 방향으로 서서 옆에 말동무가 되어주며 걷는 것. 결혼을 한다면 나와 겉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겠다. 같은 곳으로 늙어갈 줄 아는 사람. 같은 곳으로 가는 따뜻함.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공원을 함께 걷는 것부터 시작하라. 바람이 불고 어둠은 내려앉겠지만 그렇게 오래 걸어보아라. 결국, 사랑은 같은 곳으로 걷는 일이니까.
당신도 괜찮다 안에서 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속에 건물들을 짓기 위해 나부터 좋은 땅이 되어야겠다. 누가와서 나를 넘어뜨리더라도 일어서면 된다는 마을을 먹을 수 있도록. 안에서부터 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바람과 사람에게 흔들리더라도 나는 괜찮다. 당신도 괜찮다.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하게 말한다는 것은 단순히 뜨거운 말을 건네는 게 아니라, 텅 비어 있는 그 사람의 마음 한편을 덮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겉으로 부는 따뜻함은 누구나 연기할 수 있으나,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공감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