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공평 (1)
르네상스맨
내 마음의 나이 바람이 차다. 숨을 깊게 들이면 코에서부터 가슴까지 냉한 기운이 감돈다. 기도(氣道)가 이렇게 연결이 되어 있구나 하고 느껴지는 감각이 세삼스러우면서도 재미있어 몇 번 더 깊은 숨을 쉰다. 곧 기침을 한다. 살아오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맞이해야 할 때가 많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로 마음 앓던 날도 있었고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는 스스로를 무섭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의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시
2017. 12. 26. 20:18